자동매매 시스템이 자산관리 프로그램이 된 이야기 — 계좌 통합 대시보드까지
1편부터 5편까지 거치면서 결국 살아남은 전략은 하나였다.
대형주 중에서 장부가 대비 싼 종목 10개를 매달 골라 담는 방식. 화려하진 않지만 근거는 확실했다. 페이퍼 트레이딩에 넣고 실제로 돌리기 시작했고, 매달 초 자동으로 종목이 갱신되고 텔레그램으로 결과가 날아오는 시스템도 갖춰졌다.
여기서 자동매매 프로젝트의 본론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기가 아까웠다.
만들어놓은 구조가 아까웠다
자동매매 계좌 하나를 관리하려고 만든 것들을 되짚어보니 이랬다.
- 종목별 보유 수량을 담는 DB 스키마
- 국내 시세를 가져오는 API 연동 (6편에서 다룬 그것)
- 평가금액을 계산하고 화면에 뿌리는 대시보드
- 정해진 시각에 도는 스케줄러와 텔레그램 알림
여기서 "자동매매 계좌"라는 부분만 바꾸면, 그대로 다른 계좌에도 쓸 수 있는 구조였다.
내 계좌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연금저축, 퇴직연금(IRP), 회사 퇴직연금(DC), ISA, 일반계좌. 다섯 군데를 확인하려면 앱을 다섯 번 열어야 했다. 그래서 한 번도 전체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이걸 한 화면에서 보면 어떨까.

실계좌용 DB를 하나 더 만들었다
구조는 단순하게
기존 페이퍼 트레이딩 DB는 그대로 두고, 실계좌용을 별도로 만들었다. 성격이 다른 데이터를 한 테이블에 섞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입력하는 건 최소한으로 줄였다. 각 계좌에 뭘 얼마나 들고 있는지만 넣으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채워지게 만들었다.
입력하는 것자동으로 계산되는 것
| 계좌 구분 | 현재가 (국내: 실시간 시세) |
| 종목 코드 | 평가금액 |
| 보유 수량 | 환산 금액 (해외: 환율 반영) |
| 매입 단가 | 손익, 비중, 배당 예상액 |
해외 종목은 환율이 변수였다
국내 종목은 시세만 가져오면 되는데, 해외 종목은 환율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게 은근히 성가시다.
- 시세 API와 환율 API의 갱신 주기가 다르다
- 어느 시점 환율을 쓸 것인가 (실시간? 종가? 매매기준율?)
- 환율만 움직여도 평가금액이 바뀐다 — 종목은 그대로인데 자산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헷갈렸다. 그래서 손익을 볼 때 원화 기준 손익과 외화 기준 손익을 따로 표시하게 만들었다. 그래야 "종목이 오른 건지 환율이 오른 건지"를 구분할 수 있다.
계좌 배치에도 원칙이 생겼다
계좌를 한 화면에 모아놓고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왔다.
"그럼 어떤 자산을 어느 계좌에 두는 게 유리한가."
흩어져 있을 때는 이 질문 자체가 안 나왔다. 각 계좌를 따로 보면 그 안에서만 판단하게 되니까. 전체를 한 화면에 올려놓으니 비로소 배치라는 개념이 생겼다.

원칙은 단순했다
배당이 나오는 자산은 세금 유리한 계좌 안에, 매매차익만 나는 자산은 일반계좌에.
이유는 두 소득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금 성격특징
| 배당 | 금융소득 | 다른 소득과 합산된다. 일정 규모를 넘으면 세율이 올라가고 건강보험료에도 영향 |
| 매매차익 | 양도소득 | 별도로 분리 과세된다 |
즉 배당은 규모가 커질수록 다른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매매차익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배당을 세금 우대 계좌(연금저축·IRP·ISA) 안에 가둬두는 쪽이 유리했다.
이 원칙에 맞춰 계좌별로 뭘 채워야 하는지 정리한 문서도 하나 만들었다. 새 자산을 살 때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지 않으려고.
⚠️ 세법과 건강보험료 기준은 수시로 바뀐다. 위는 내가 확인한 시점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고, 실제 적용 전에는 국세청·건강보험공단의 최신 자료를 확인하는 게 맞다. 금액이 커질수록 더 그렇다.
가족한테 설명하다가 교육 자료까지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걸 동생들한테 설명해줄 일이 생겼다.
말로 하려니 매번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됐다. 계좌 우선순위는 뭐고, 뭘 피해야 하고, 왜 그런지. 세 번쯤 설명하고 나서 아예 정리된 페이지 하나를 만들었다.
담은 내용은 세 가지다.
1. 계좌 우선순위 — 어떤 계좌부터 채우는 게 유리한지
2.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 레버리지 상품 장기 보유 같은 것들. 왜 안 되는지 숫자로 함께
3. 검증된 근거 — 이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돌린 백테스트 결과를 인용
세 번째가 이 자료의 핵심이었다. 인터넷에서 주워온 얘기가 아니라 내가 직접 데이터로 확인한 것만 넣었다. 그리고 검증하지 못한 건 "확인 안 해봤다"고 그대로 적었다.
개인 정보는 하나도 없이, 누구한테 링크를 보내도 되는 형태로 만들었다.
남을 가르치려니 내가 정리됐다
의외의 효과가 있었다. 설명 자료를 만들면서 내 논리의 구멍이 보였다.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답이 막히는 지점이 몇 군데 있었다. 그냥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따라 한 것들이었다. 그런 항목은 자료에서 빼거나, 근거를 다시 찾아봤다.
설명할 수 없는 규칙은 지킬 수 없는 규칙이다. 이 시리즈 내내 반복된 얘기가 여기서도 나왔다.
결국 이렇게 만들었다
자동매매 하나 만들려던 프로젝트가 어느새 "내 자산 전체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최종 구성은 이렇다.




가장 자주 보게 된 화면
다섯 개 중 실제로 매일 열어보는 건 배당 기준선 게이지였다.
연간 배당이 합산과세 기준선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앞에서 정리한 원칙이 머릿속에만 있으면 결국 잊어버리는데, 숫자로 항상 보이니까 새 자산을 살 때 어느 계좌에 넣을지가 자동으로 결정됐다.
판단 기준을 화면에 박아두는 것이 규칙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의지로 지키려고 하면 언젠가 무너진다.
시리즈를 마치며

되짚어보면, 처음 세웠던 가설 중에 살아남은 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살아남은 전략 하나도 "시장을 이긴다"기보다는 **"시장이 어려울 때 덜 잃는다"**는 성격에 가까웠고, 최근 좋아 보였던 성적조차 알고 보니 전략의 실력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좋았던 덕분이었다.
화려한 결론이 목표는 아니었다
결과만 보면 초라하다. 7편을 쓰는 동안 거의 모든 가설이 틀렸다고 밝혀졌으니까.
그런데 틀렸다는 걸 알아낸 것 자체가 결과였다. 검증 없이 넘어갔다면 소형주 모멘텀 전략에 돈을 넣고 -80% 낙폭을 겪었을 것이고, 업종 분산 규칙을 추가해서 방어력을 스스로 걷어냈을 것이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로 확인하고, 틀리면 정직하게 인정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 그게 이 프로젝트의 실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동매매 프로그램 하나가 내 자산 전체를 관리하는 도구로, 가족한테 설명할 교육 자료로 자연스럽게 뻗어나갔다. 처음 계획에는 없던 결과물이었다.
남은 것과 다음
- 검증을 통과한 전략 하나를 소액으로 실전에 넣기 직전 단계
- 나머지는 계속 페이퍼 트레이딩으로 관찰 중
- 자산 대시보드와 가이드 문서는 계속 쓰는 중
실주문으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안전장치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할 생각이다. 페이퍼 트레이딩에서 통과한 것과 실제 돈이 오가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쓴다.
이 시리즈 전체 보기
1편 · 2편 · 3편 · 4편 — 백테스트 수익이 가짜였다 · 5편 — 저PBR은 사실 은행주 전략이었다 · 6편 — 토스 API·KRX 연동 가이드 · 7편 (현재 글)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개인적인 AI·자동매매 시스템 개발 과정의 기록입니다. 언급된 계좌 구조와 배치 원칙은 개인의 선택일 뿐 추천이 아닙니다. 세법·건강보험료 기준은 수시로 변경되므로 실제 적용 시에는 반드시 최신 기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